2008년 06월 18일
공유할 수 없는 기억의 메타포
공유할 수 없는 기억의 메타포 : 개인의 기억과 5.18
역사는 인류의 보편적 기억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보편적 기억이란 없다. 모든 집단적 기억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제한된 집단이 갖는 특수한 기억이다. 이러한 역사적 기억이 개인의 기억으로 옮겨옴으로 인해 역사적 기억은 공적이고 정당화된 기억에서 개인적이고 공인되지 않은 내면의 기억이나 상상력으로 재탄생한다. 그러한 기억이 부활한 형식의 문학은 역사와 관계하는 역사적 기억에 대해 어떠한 귀결을 갖는다.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 5.18은 잊히지 않는 기억이며,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이다. 5.18이라는 역사적 기억은 80년대 후반부터 많은 문학적 서사로 진술되고 있다. 그런데 이 문학적 기억들은 서로 다른 형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5.18 당사자의 입장에서, 5.18 주변인의 입장에서, 혹은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입장으로 진술된다. 다양한 관점으로 서술되고 있는 5.18관련 문학 작품 중 최윤「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김연수「깐깐오월」, 이청준「벌레이야기」를 비교하면서 역사적 기억이 어떠한 방식으로 개인의 기억으로 부활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최윤의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에서는 5.18을 몸으로 체험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학살’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참혹했던 현장에 대한 묘사보다는 소녀의 머릿속에 박힌 기억들을 끊임없이 끄집어내는 과정에서 소녀의 입을 통해 중얼거리듯 서술된다. 미쳐 버린 소녀의 트라우마를 통해 사건 당사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김연수의 「깐깐오월」은 5월 광주와 시간적 배경은 같지만 공간적 배경은 다른 ‘어느 곳’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설정은 역사적 기억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는 개인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을 통해 5.18은 하나의 은유로 탄생한다. 여고 뒷산에서 자살한 한 남자를 매개로 하여 주변인들의 기억은 묵인되거나 수정된다. 역사적 기억이 권력에 의해 어떻게 조작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사건 공간에서 떨어진 ‘어느 곳’을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한다.
5.18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가장 커다란 주제는 ‘민주화’일 것이다. 하지만 민주화라는 이루어진 열망 뒤에 남겨진 어두운 일면은 희생자와 희생자의 유족들일 것이다. 이청준은 「벌레 이야기」를 1985년 발표한다. 겉으로는 5.18에 대한 표현이 드러나 있지 않지만, 얼마 전 인터뷰를 통해 검열이라는 감시아래 5.18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글이라 밝힌 바 있다. 유괴당한 아이의 엄마는 종교적 구원을 통해 유괴범을 용서하고자 마음먹는다. 그리고 유괴범을 진정으로 용서하고자 하는 마음에 유괴범을 찾아가지만, 유괴범은 이미 하느님의 품에서 용서받았다 말한다. 피해자가 용서하기 전에 누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는 것일까. 이렇듯 5.18의 ‘진짜가해자’들이 사건의 진상을 덮으려 입으로만 용서를 빌고 있는 상황을 종교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통해 진술하고 있다.
이렇듯 세 소설 모두 5.18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각각의 화자와 주인공과 배경을 다르게 설정해 놓음으로서 개인의 기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망각되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기억으로 불러냄으로서 우리는 다시 기억하게 된다. 기억은 망각할 순 있어도 소멸되지 않는다. 그리고 기억은 공유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기억이 가지고 있는 과거는 공적 역사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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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로 보는 한국문화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 이건 그 과목 레포트 개요.
아우. 쓰기 싫다.
워드파일에는 주석 달아놓은게 있는데, 여긴 안따라 오네.
흠. 알라이다 아스만 기억의 공간 참고.
# by | 2008/06/18 15:12 | 독서일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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